일단 비스페놀 A가 원료로 되는 폴리카보네이트가 우리의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를 알아보자. 이 폴리카보네이트는 다른 화합물과 마찬가지로 매우 안정적이다. 이 ‘안정적’이라는 말은 ‘만들고, 사용하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속성으로 제품을 만들어내기에는 아주 매력이 있는 요소이다. 하지만 환경의 관점에서 본다면 안정적이란 것은 ‘견고해서 자연 상태에서는 분해가 거의 잘 안된다’라는 무서운 말이 된다.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지는 것들은 주변에 너무나 많다. 열에 강하고 파손되지 않는 ‘유리’로서 온갖 제품들에 사용되고 있다. 물병, 생수통, 젖병, 식기, 컵, CD, 신호등, 헬멧, 방음벽, 체육관, 온실, 식물원, 유리대용시설 등. 환상의 신소재로 주목받는 폴리카보네이트로 인해 비스페놀A가 환경호르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의 의학부의 연구 그룹에서 유방암 세포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정체불명의 물질이 그 세포에 나포호르몬처럼 작용하여 증식시키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무엇인가를 조사한 결과 폴리카보네이트제의 시험관에서 미량 녹아 나오고 있는 비스페놀 A라는 것을 알게 된다.
비스페놀A는 불과 2-5ppb로 유방암 세포를 증식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조직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인체에 들어간 비스페놀A가 암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FDA가 승인한 폴리카보네이트가 아기 젖병의 소재로서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최초의 소재로 꼽혀 왔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적어도, 비스페놀A가 환경호르몬으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은 폴리카보네이트을 사용하지 않은 안전한 젖병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직 95% 정도는 폴리카보네이트가 사용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