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페놀A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수지의 원재료입니다. 그리고 비스페놀A는 내분비 교란 작용이 의심되는 유기화학물질입니다.“ 라고 설명을 하게 되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비스페놀A라는 것이 환경호르몬인가 하는 정도이다.
앞으로 등장하는, 그리고 새롭게 추가되는 환경호르몬 대부분이 이렇게 낮설고 어려워 입에 붙지 않는 화합물들이다.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놀라운 화학혁명을 이루면서 등장한 엄청난 화학물질은 우리의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금까지 140여 종이 넘는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밝혀졌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를 파악하고 실생활에서 차단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화학물은 제품명이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금 키보드를 두들기는 옆에 생수병이 있다. 이 생수병을 아무리 꼼꼼히 본다 한들 이 플라스틱병이 비스페놀이 원료로 된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고작 용기 재질이 PET라는 글귀로 ’오 이건 페트병이로군‘ 하는 정도가 알 수 있는 전부이다. 또, 쓰고 있는 컴퓨터의 어디에선가도 쓰이겠지만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다. 이것이 환경호르몬의 해악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실생활속에서 환경호르몬을 의식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아닐까? 어디에나 쓰이지만,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는 물질들이다.